1. 왜 디지털 유산이 가족 분쟁의 새로운 불씨가 되는가?
디지털 유산(Digital Legacy)은 사망자의 이메일, SNS 계정, 클라우드 사진, 동영상, 블로그 콘텐츠, 암호화폐, 온라인 수익 등 디지털 공간에 남아 있는 모든 자산과 흔적을 말한다. 이러한 유산이 가족 간 분쟁의 새로운 원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 이유는
첫째, 디지털 유산의 법적 지위가 모호하다. 물리적 재산은 민법상 명확한 상속 대상이지만, 디지털 자산은 개인정보, 저작권, 계정 이용권, 재산권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 상속 여부와 처리 방식이 명확하지 않다.
둘째, 고인이 생전에 디지털 유산에 대한 처리 의사를 남기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유언장에도 디지털 자산 항목은 누락되는 경우가 많아 가족 간 해석과 이해가 엇갈린다.
셋째, 디지털 유산은 정서적 가치가 높고 공개 여부가 민감한 자산을 포함한다. 고인의 사적 기록, 관계의 역사, 개인적 사진과 영상 등은 유족 간 의견 차이를 불러일으키기 쉽다.
넷째, 디지털 유산은 가치 인식의 차이도 크다. 어떤 가족 구성원은 SNS 계정을 고인의 유산으로 간주해 영구 보존을 원하지만, 다른 가족은 사생활 보호를 이유로 삭제를 주장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암호화폐, 유튜브 수익 등 금전적 가치가 있는 디지털 자산을 두고 법적 상속권과 도의적 권한이 충돌하는 사례도 빈번하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디지털 유산은 상속 재산 중에서도 가장 불투명하고 갈등 유발 가능성이 높은 영역으로 떠오르고 있으며, 실제 분쟁 사례도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2. SNS 계정 하나로 갈라진 가족: 형제의 갈등 사례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사례는 고인의 SNS 계정 처리 문제다. 특히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은 고인의 사회적 관계망과 개인적 기록이 담긴 공간이기 때문에 가족 구성원 간 견해 차이가 쉽게 발생한다.
서울의 한 사례에서는 40대 중반 남성이 사고로 갑작스럽게 사망했다. 고인은 페이스북에서 활발히 활동하며 많은 지인과 교류했고, 그 계정에는 가족 사진과 고인의 정치적 견해, 사회적 활동 기록도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
문제는 형제들 간 SNS 계정 처리 방향에서 갈등이 발생하면서 시작됐다. 고인의 아내와 자녀들은 고인의 정치적 견해가 일부 논란의 대상이 된 상황에서 계정을 삭제하길 원했다. 그러나 고인의 형제들은 "사회적 관계망과 추억이 담긴 공간을 없애는 것은 고인의 뜻에 반하는 것"이라며 추모 계정으로 유지하기를 주장했다.
결국 두 측은 각자의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고, 고인의 페이스북 계정은 비활성화 요청과 유지 요청이 반복되며 갈등의 상징이 되었다. 이 과정에서 가족 내 감정적 골이 깊어졌고, 고인의 자녀들은 삼촌과 연락을 끊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 사례는 SNS 계정이라는 정서적 유산이 얼마나 쉽게 가족 간 분쟁의 불씨가 될 수 있는지 보여준다. 또한 고인이 생전에 SNS 계정의 사후 처리 방침을 명확히 남기지 않은 점이 갈등을 키운 원인이 되었다.
3. 암호화폐 상속 분쟁: 자산인지, 사적 소유인지
암호화폐는 디지털 유산 중에서도 가장 격렬한 법적·가족 내 분쟁을 야기하는 영역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상당한 금전적 가치가 있으면서도 접근 권한(프라이빗 키)이 명확히 고인에게 귀속되어 있기 때문이다. 고인이 접근 정보를 남기지 않으면 사실상 자산을 사용할 수 없는 구조다.
부산의 한 사례에서는 30대 가장이 사망한 후 가족 간 암호화폐 상속권을 두고 심각한 법적 분쟁이 벌어졌다. 고인은 생전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여러 종류의 암호화폐를 상당량 보유하고 있었으며, 지갑 주소와 일부 자산 내역은 가족이 파악하고 있었다.
그러나 프라이빗 키 정보는 고인의 개인 이메일과 암호화된 노트에 저장되어 있었고, 이를 누가 복호화하고 접근할 수 있는지가 문제였다. 고인의 배우자는 자산을 상속받아 가계 재정에 활용하고 싶어 했지만, 고인의 형제들은 "고인이 투자한 자산에 가족 구성원 모두가 일정한 권리를 갖는다"며 분배를 요구했다.
결국 이메일 접근과 복호화 키 제공을 두고 가족 간 법적 소송으로 비화했다. 소송 중에는 암호화폐 가치의 급등과 급락으로 인해 가족 간 감정의 골은 더 깊어졌다. 결과적으로 법원은 "법정 상속인인 배우자가 우선적 권리를 가진다"고 판결했지만, 가족 관계는 회복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악화됐다.
이 사례는 디지털 유산으로서의 암호화폐가 법적·심리적 리스크를 내포하고 있으며, 고인이 생전 명확한 관리 방침과 접근 권한 지정을 하지 않으면 가족 간 심각한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4. 사전 대비가 갈등을 예방한다
디지털 유산이 가족 간 분쟁의 원인이 되는 사례는 매년 증가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 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2030~4050세대의 디지털 자산 보유 비중이 급격히 늘고 있는 만큼, 향후 수십 년 동안 디지털 유산 관련 가족 내 상속 분쟁은 주요 사회적 이슈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분쟁을 예방하기 위해 개인이 취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생전 사전 대비다.
디지털 유산 목록 작성
본인이 보유한 주요 디지털 자산(SNS 계정, 클라우드 저장소, 암호화폐, 콘텐츠 수익 등)을 정리해 목록화하고, 가족과 공유하거나 신뢰할 수 있는 법적 대리인과 관리 계획을 수립한다.
사후 처리 방침 명확화
SNS 계정의 경우 사후 유지·삭제 여부를 가족에게 명확히 알리고, 플랫폼의 사후 관리 기능을 적극 활용한다.
암호화폐 관리
프라이빗 키, 복호화 키 등 접근 정보를 안전하게 관리하되, 사후 접근 방법과 책임자를 명확히 지정한다.
디지털 유언장 작성
디지털 유산 관련 항목을 유언장에 포함하고, 가족 간 충분히 사전 논의하여 합의된 방향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한다.
가족과 소통
디지털 유산과 관련해 가족 간 기대와 우려, 희망 사항을 사전에 공유하여 감정적 충돌을 최소화한다.
디지털 유산은 기술적·법적 문제를 넘어 정서적·관계적 문제로 쉽게 번지기 때문에, 철저한 준비와 가족 간 열린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내가 죽은 뒤 남는 것은 파일과 계정뿐"이라는 생각이 아니라, 디지털 유산도 물리적 유산만큼 신중하게 준비해야 하는 시대가 이미 도래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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